월마트가 기침하면 중국이 감기에 걸린다

 

 중국 무역과 관련하여 미국 월마트 구매력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월마트가 미국의 경기 사정과 재고 증가로 인해 내년 봄상품의 수입을 줄이겠다는 발표에 중국이 난리다. 중국 산둥(山东) 반도에 있는 의류업체 보산(博山) 라이너의 사오주량(邵珠梁) 영업담당이사는 얼마 전 미국 월마트로부터 2008년 봄상품 주문이 없을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 재고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월마트에 의지해 온 그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부랴부랴 유럽.한국 .일본 등지로 새 판매처를 찾아 나섰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았다. 이대로라면 인력 감축,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의 '유통 공룡' 월마트가 기침하면 세계의 공장 중국이 감기에 걸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월마트가 중국으로부터의 의류 수입 등을 줄여 중국 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월마트는 2004년 180억 달러어치 등 한 해 약 200억 달러의 물건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차이나데일리는 "월마트를 따로 떼내면 2004년 중국 물건 수입 국가 순위가 유럽연합(EU).일본 등에 이어 8번째"라며 "러시아와 호주를 앞선다"고 전했다. 대중 무역적자가 23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이 때문에 "월마트가 무역적자의 주범"이란 비난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월마트가 미국의 중국 상품수입 총액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월마트가 주문을 취소하거나 줄이니 중국 업체가 휘청하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미국의 경기둔화와 유가 급등, 경영 실책 등으로 의류.실내 장식용품 재고가 20억 달러어치에 달한다. 월마트는 재고 처리를 위해 미국 내 4000개 매장에서 대대적인 할인판매에 나서는 한편 중국으로부터의 상품 수입을 줄이고 있다.

보산 라이너뿐 아니라 잠옷 제조업체인 저장푸룬(浙江富润)사도 지난해까지는 한 해 300만 달러어치의 의류를 월마트에 수출했으나 지금은 주문이 끊겼다. 난징용싱(南京永兴) 패션은 현재 한 벌에 10달러짜리 코트 7만 벌을 월마트에 수출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주문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용싱패션 측은 "주문 감소로 인한 수익 감소뿐 아니라 최근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타격도 크다"고 호소했다. 의류업체 웨이팡 쭤방 관계자는 "최근 산둥 반도에 있는 의류업체의 절반가량이 월마트와 거래가 끊겼다"며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지만 월마트가 그립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산 라이너 위기는 중국 경제가 미국 소비자에게 얼마나 의존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월마트가 적어도 한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직은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노동집약적 상품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 특히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염태정 기자/중앙일보

세계일보,국민일보등도 월스트리트저널의 이기사를 인용 보도하고 있다.

미국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중국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