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성 닝보교구 야오항제 주교좌성당 및 저우산 딩하이 성당 답사기
일시: 2017.9.17 주일
장소: 저장성 닝보 야오항제 성모승천당(宁波药行街圣母升天堂) 주교좌당, 저우산딩하이 성 미카엘 성당(舟山定海天主堂)
교통: 아침6시 상하이 푸동 집 출발, 전철 2호선, 고속기차 까오티에(홍차오역,2시간)-닝보역도착(11시)-닝보 시내 전철-야오항제 성당(미사참여)-전철-닝보역옆 남터미널에서 딩하이행 버스(14시)-저우산딩하이터미널(15시10분)-51번 버스-딩하이 성당(16시)-개인택시(17시50분)-저우산 딩하이터미널(18시20분)-버스로 상하이 난푸대교터미널(22시20분)-전철로 귀가(23시)
답사 배경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현양하는 일에서 이 지역을 순례하는 일은 모두 소원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막연하기 때문입니다. 서한(편지)의 기록에 따르면 저우산에서 머문 시간은 40여일 남짓입니다. 마카오를 출발해 대만을 거쳐 저우산에 도착해 40여일을 머문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한가닥 기대가 되는 것은 메스트로 신부와 김대건 신부(당시 신학생)가 만나고 싶어 했던 다니쿠르 신부에 대한 언급이 있어 이를 중심으로 잡고 저우산 지역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 김대건 신학생의 세번째 편지
발신일: 1842년9월 발신지: 상해 수신인: 리부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 마카오의 리부아 신부님께
지극히 공경하올 신부님,
우리가 아직 주산(저우산舟山)에 머물러 있을때 신부님께 제가 짧은 편지를 드렸습니다. 이제 다시 짧은 편지를 드립니다. 마침내 우리는 주산에서 돛을 펴고 출범하여 영국함선 20척과 함께 양자강에 도착했습니다.
● 김대건 신학생의 네번째 편지
발신일: 1842년12월9일 발신지: 요동 백가점 수신인: 르그레주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 르그레주아 신부님께 요동에서.
지극히 공경하올 신부님,
전략.
우리는 다시 이 섬(대만)을 떠나 며칠 지나서 주산에 닻을 내렸습니다. 주산은 산이 많고 메마른 작은 섬들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시내 구경도 하고 또 얼마전에 부임하신 라자리스트회 신부님(주, 다니쿠르 신부)들을 만나 볼 겸해서 주산 시내에 몇 번 들어갔는데 원주민외에는 신기한 것은 하나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중국인들을 ‘검은악마’라고 부르고 멸시하여 왕처럼 손에 지팡이를 잡고 겁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주산에서 약 두달 동안 머물렀습니다. 그동안에 영국인들이 남경을 탐험하기 위하여 출발하였으므로 우리도 그들을 따라4일 걸려 양자강에 도착하였습니다.
또 다른 메스트로 신부의 편지가 있습니다.
1842년10월3일 메스트로 신부가 알브랑신부에세 쓴 편지에서
성 김대건 신부 순교150주년 기념 전기 자료집 제2집 성 김대건 신부의 업적과 활동,한국교회사연구소,최석우,1996년9월15일
편지를 분석해 보면 김대건 신부(당시 신학생)는 5월11일부터 6월21일까지 메스트로 신부와 함께 저우산(주산)에 머물렀습니다. 동시에 라자로회 신부인 선교사 다니쿠르(구 프란치스코) 신부를 만나고자 했었습니다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메스트르 신부와 김대건 신부(당시 신학생) 일행이 만나고자 했던 다니쿠르 신부(위 왼쪽에서 두번째)의 사진입니다.
사진 출처: 닝보교구 설립70주년 기념 천주교닝보교구,천주교닝보교구편집,2016년
저우산 지역은 닝보교구 소속입니다. 1846년 저장 대목구(산시대목구에서 분리)가 정식 성립하게 되면서 이곳은 라자리스트회에서 관리하였습니다. 김대건 신부의 편지에서 등장하는 “얼마 전 부임한 라자리스트회 신부님들을 만나볼 겸.." 이라는 내용에서도 명확해집니다. 그 당시 라자리스트회에서 저우산에 부임한 선교사는 다니쿠르 즉 구 프란치스코(Francois Xavier Timothee Danicourt,)신부입니다. 저우산 딩하이 지역에 1843년에 소성당을, 1846년에 딩하이(定海)성당을 건립하고는 닝보(宁波)로 옮겨가게 됩니다. 1850년 저장대목구 2대 대목이 됩니다.
다니쿠르 프란치스코 하이에르 신부의 기록주) 닝보는 Ce Kiam으로 불리다 나중에 Ningbo 라 불리게 됨.
김대건 신부(당시 신학생)가 저우산에에 머물때는 저우산 지역에는 성당이 없었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그러나 닝보 지역을 보면 이미 1628년에 포르투갈 신부가 항저우와 닝보에 전교 했고, 1640년에 이탈리아에서 온 전교사 신부가 닝보지역에서 활동했으며 신도수가 500여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1941년 기준으로 저우산 지역의 신도수는3600여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2017년) 저우산(총탁구=대리구)은 크게 딩하이(定海)구역과 선자먼(沈家门)구역으로 나누는데 딩하이구역이3000여명, 선자먼구역이4000여명의 신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번 저우산 딩하이 성당 순례는 이처럼 1842년 김대건 신부님이 마카오에서 신학교 공부를 끝내고 마닐라 대만을 거쳐 상해로 오는 과정에 40여일간 머물렀던 곳입니다. 상하이와는 많이 떨어져 있어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부득 바오로 전임 현양위원장이 재임때 그토록 가 보고자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올 초에 저우산 지역 순례 계획을 세웠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상하이 포동한인성당 교우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귀국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이라 급하게 일정을 잡아 다녀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9월17일 주일을 날 잡아 아침부터 출발해 닝보 야오항제 성모승천당 주교좌당과 저우산의 딩하이 성 미카엘 성당을 보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9월16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순교하신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주일은 성 김대건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9월20일) 경축 이동 주일입니다. 마카오에서 신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조선으로 향하는 부푼 꿈을 안고 배를 타고 저우산에 머문 성인의 그 느낌이 어떠했을까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루카 복음 23-24)
닝보 야오항제 성모승천당(宁波药行街圣母升天堂)
상하이에서 출발해 닝보역에 도착하자마자 전철을 탔습니다.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도착했을 때는 마침 영어 미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닝보 야오항 성모승천당(宁波药行街圣母升天堂)
이곳도 다니쿠르 신부가 저우산 딩하이를 떠나 닝보로 와서 이전에 있던 공소를 다시 성당으로 활용하면서 세운 성당입니다. 지금은 닝보교구의 주교좌성당입니다. 문혁기간에 종교활동이 금지 되었다가 1997년에 회복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건물은 2000년에 준공된 건물로 66여미터 높이의 종탑이 있어 멀리서도 잘 보이는 성당입니다. 지금은 성당 주변을 상가에 임대해 주고 있습니다. 약간은 낯선 모습이기도 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닝보교구에는 총 35명의 신부가 있고 3만여명의 신도가 있습니다. 닝보교구 소속 4개의 관할 총탁구(教区共有四个总铎区(Deanery) 는 닝보,츠시,저우산,사오싱총탁구(宁波总铎区,慈溪总铎区,舟山总铎区,绍兴总铎区)입니다.
▲야오항제 성모승천당 영어 미사
▲미사가 끝나고 잠시 만난 한국 교우들
주일 10시30분부터 영어미사가 있습니다. 대부분 외국인이지만 일부 중국인들도 있었습니다. 이 영어미사에 닝보 거주 한국인 교우들이 약20여명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닝보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교우들을 잠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저우산 딩하이 성 미카엘 성당(舟山定海天主堂)
닝보에서 저우산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닝보역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1시간10분정도 버스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다리들을 지나 딩하이 터미널에 도착해서 51번 버스를 타면 됩니다. 버스는 딩하이 성당 바로 앞에 정차합니다.
딩하이 성당이 김대건 신부가 저우산에 머물 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우산의 대표 성당이고 저우산에서 다니쿠르 신부가 터전을 잡은 성당이기에 충분히 의미는 있어 보입니다. 저우산에서 40여일을 머물면서 저우산의 원주민들을 만나서 겪는 이야기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서한에 나옵니다. 저우산섬은 닝보에서 가까운 섬들로 형성된 어촌이었고 난징조약이 체결되고 닝보가 개방되면서 서양 배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길목이었습니다. 지금은 이곳에 조선소도 들어 서 있습니다. 특히 저우산의 딸린섬인 보타산이 있는 곳은 불교의 관음 신앙 성지이기도 합니다.
저우산총탁구는 딩하이(定海)성미카엘당구와 선자먼(沈家门)성모당구로 나눠집니다. 딩하이성미카엘당구 직할에는 14개 기도소(일종의 공소)가 있습니다. 신자수도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딩하이구역이3000여명, 선자먼구역이4000여명의 신자가 있다고 합니다.
딩하이 성 미카엘 성당, 사진 이진귀 닐로
이 딩하이 성당도 바로 라자로회 신부인 선교사 다니쿠르(구 프란치스코) 신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1842년 5월 11일 당시 다니쿠르 신부가 이 섬에 왔고 중국인 신부는 취우지구오 신부(邱济国)와 왕요한 신부(王若翰) 입니다. 이 섬에는 신자가 거의 없었으며 영국군인의 주택에 머물면서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1843년에 소성당 1곳을 개소 했고 1846년에 딩하이 최초 성당을 건축하고 다니쿠르 신부는 닝보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런 오랜 역사의 저우산 딩하이 미카엘 성당에 오늘 찾아 왔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눈앞에 사진으로만 보았던 성당이 나타났습니다. 사진을 우선 좀 찍고 성당쪽으로 걸어 가면서 과연 문이 열려 있을까를 걱정했습니다. 진짜 눈앞에서는 나이든 교우 두분이 성당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급히 뛰어 올라가 멀리 한국에서 왔는데 성당을 좀 보고 싶다고 했더니 닫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두분에게 잠시 내 소개를 해 주고 성당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고 안으로 안내해 주었고 성전 아래층에 있는 작은 성당에서 두분들과 함께 잠시 묵상을 하고 나서 두분이 나를 신부님 집무실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분들은 퇴근을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우선 저를 소개 하고 나니 신부님이 자기 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왕성넨(王圣年) 요셉 신부는 올 8월19일에 사제 서품을 받았고, 이곳이 첫 부임지라고 했으며 아직 자기도 딩하이 지역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신학생때 절두산과 제주도를 다녀 왔고 외방선교회 김병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을 안다고도 했습니다. 최근에 발간된 천주교닝보교구 70주년 기념집(2016년간)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왕신부 집무실에서 왕신부와 셀카
그리고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었습니다. 주임신부인 바이 신부님도 같이 자리했습니다. 신앙적인 것을 빼고는 중국인들이 손님을 맞는 방식 그대로입니다. 포도주를 내어 와 저에게도 주었습니다. 저우산 근처에서 잡힌다는 생선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1842년에 이 저우산을 머물다 간 사실은 잘 몰랐습니다. 제가 성인의 발자취를 찾아 순례 여행중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막 사제의 길로 들어 선 왕 신부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참으로 묘하게 겹쳐서 들어 옵니다.
그러나 아쉬움을 갖고 상하이로 돌아 가야 하기 때문에 딩하이에서 상하이 난푸대교(南浦大桥)터미널로 가는 막차 시간을 맞추어 나왔습니다. 딩하이 터미널까지 왕신부가 차도 불러 주었습니다. 여기까지 택시들이 잘 안들어오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참으로 낯선 방문자에 친절히 맞이해 준 신부님들과 교우들이 고마웠습니다.
딩하이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상하이로 돌아 오는 내내 오늘의 닝보와 저우산 지역 방문이 긴 여운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저우산에서 배를 타고 상하이 오송항까지 왔다면 좋았겠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버스로 항저우만대교(杭州湾跨海大桥,Hangzhou Bay Bridge)를 지나면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조선을 그리워 했을 성인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2017.10.8 저장성 닝보교구 야오항제 주교좌성당 및 저우산 딩하이 성당 순례(2017.9.17)를 하고
by 이진귀 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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