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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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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複雜系, complex systems, complexity system]

 

카오스 이론에 뿌리둔 자연의 복잡성


자연의 복잡성을 연구하는 과학은 197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비평형계 과학과 카오스이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에 복잡성의 연구는 고전역학으로 대변되는 결정론적 세계관과 20세기 초에 크게 발전한 양자역학 및 통계역학에 기초한 확률론적 세계관 사이의 내재적 갈등구조를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자연은 질서와 무질서의 양면성을 갖는다. 질서적 세계는 결정론적이고 따라서 예측 가능한 데 반해, 무질서적인 세계는 확률적이고 무작위적이며 따라서 비예측적이다.


주기적으로 흔들어 준 진자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카오스를 통해 복잡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20세기 초 헨리 푸인카레는 국왕의 상금이 걸린 삼체문제 ― 태양, 달, 지구와 같이 세 개의 물체로 이루어진 시스템 ― 에서 처음 카오스 현상을 발견했다. 카오스는 외관상 매우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며 이는 미세한 차이를 증폭시키는 나비효과에 의해 만들어진다.


푸인카레 이후 카오스 연구는 자연과학의 주변적 분야에 머물렀다. 그러나 1963년 에드워드 로렌츠라는 MIT의 기상학자가 기상현상의 한 모형에서 카오스 이면의 질서구조를 발견한 것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로렌츠 끌개라고 명명된 이 구조는 기상현상의 비예측성의 근원에 대한 열쇠를 제공하고 카오스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1970년대 말 괴짜 물리학자인 미첼 파이겐바움은 생태계의 한 단순한 모형에서 발견된 카오스가 ‘보편성’을 가짐을 엄밀하게 증명해 냈다. 이후 카오스에 대한 실험과 이론 연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카오스 연구는 주류과학에 편입되게 되었다.


최근 복잡계에 대한 연구는 수많은 구성요소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네트워크 또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로 확산되었다. 복잡계의 경우 어떻게 개체간 상호 협동에 의하여 집단적 패턴이 창발적으로 생성되는가 하는 것은 시스템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복잡계의 간단한 예로 태국의 밀림에서 수많은 반딧불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장관을 들 수 있다. 밀림 강가에 모인 수백만 마리의 반딧불이들은 밤이 깊어감에 따라 무질서한 깜박임을 동기화하여 거대한 섬광의 리듬을 만든다. 이 반딧불이 떼가 만들어낸 빛은 너무도 밝아 항해등으로 이용될 정도라 하니, ‘형설지공’이란 말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반딧불이가 이러한 리듬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1,000명에게 “나가서 발을 맞추어 행진해 보세요”라고 하면 과연 어떤 리듬이 나올까? 놀랍게도 반딧불이는 군대처럼 조교나 지휘관의 구령이 없이 밀림 환경의 격변 속에서도 스스로 이러한 리듬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1000억×1000조 만큼의 신경 리듬


반딧불이와 유사한 생체 복잡계의 대표적 예로 뇌를 들 수 있다.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소자와 1,000조 개의 시냅스들의 회로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망의 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딧불이의 깜박임과 마찬가지로 각 신경소자는 활동전위라고 불리는 전기신호 펄스를 시냅스에 의해 연결된 주위 신경소자들에게 내보낸다. 이 전기신호 펄스를 통해 신경소자가 다른 신경소자와 상호 의사소통을 하며 함께 거대한 집단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신경소자 망의 불춤이 우리가 보고, 듣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모든 뇌의 고급 인지활동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호킨-헉슬리는 오징어의 신경신호전달 경로인 거대축삭에 대한 생리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신경소자의 기본 모형을 만들어냈고 이 업적으로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에 근거한 생물학적 신경소자로 구성된 뇌의 신경망 모형들도 반딧불이와 유사한 전기신호의 집단적 동기화 리듬을 보여준다.


뇌와 같은 복잡계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는 특성을 보여준다. 사실 신경소자 하나하나는 단순한 깜박임의 전기신호를 내보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뇌의 신경소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집단적인 동기화된 리듬은 매우 다양하며, 각 개체가 갖지 못한 고도의 뇌기능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복잡계 과학은 전통적인 과학에서의 환원적 분석과는 달리 합성적이고도 전체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신경계의 동기화 리듬의 문제는 복잡계의 공통적 현상으로 화학 반응계의 진동, 초전도 조셉슨 접합 배열계의 전류전압 특성, 반딧불이의 집단적 깜박임, 박수의 동기화, 월경 동기화 등 다양한 자연과 생태계, 사회 현상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동기화된 리듬의 보편적 기전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는 비선형 동역학, 통계물리, 생리학, 계산 인지과학의 방법론의 융합과 물리학자, 생명과학자, 공학자, 인지과학자의 폭넓은 공동작업이 요구된다.


복잡계의 물리학으로 푸는 시장경제


복잡성은 자연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며, 시장경제계의 환율과 주식의 변동, 사회·정치적 격변 등 사회현상 속에서도 근원적으로 존재한다. 사회도 각 개체가 모여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자기조직의 원리에 따라 창발적으로 질서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복잡성의 연구는 근원적으로 과학의 전통적인 틀을 넘어서 인문사회과학 간의 협동을 통해 학문 간 연구의 수행이 필요하며, 그 좋은 예로 시장경제계의 복잡계적 접근을 들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과 세계시장에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확산에 따라 금융시장 규모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1997년 이후 외환위기, IMF와 금융시장 구조조정 이후 주식·환율·채권의 지표변화와 선물·뮤추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금융산업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물리학이 시장경제 이해와 과학적 투자기법을 통한 금융시장의 선진화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비밀이다.

20세기 현대사회에서 물리학은 자연현상 이해와 첨단기술문명 구현의 핵심 학문으로서, 경제학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세계적인 확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학문으로서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다. 1980년대 이후 ‘로켓과학자’라고 불리는 NASA 출신의 과학자들이 월 스트리트에 진출하면서이 두 학문 사이의 높은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월 스트리트가 물리학 박사들의 가장 큰 고용주”라고 할 정도로 큰 투자은행이나 금융산업에서 물리학자들이 공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복잡계의 관점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학제간 분야가 태동되고 있다. 일단의 물리학자들은 과연 시장이 마구잡이 성질을 가지는가, 아니면 금융시장의 가격지표가 예측 가능한 것인가, 예측 가능하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가 등에 초점을 맞추고 통계물리 및 비선형동역학, 복잡계 등 최신 물리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경제 물리, 복잡계 경제, 경제 시계열 분석 등 여러 갈래의 시장경제 연구는 전통 경제학의 기본 가정과는 달리 시장이 마구잡이 성질을 가지지 않으며 가격 요동의 이면에 보편적 상관성이 자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경제학 모형은 신고전학파라고 불리는 주류경제학의 수확체감, 음의 되먹임에 의한 평형과 안정성, 양과 가격, 환원주의적 요소 분석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그러나 비정상성, 비예측성을 가진 복잡한 금융지표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역동적 실물경제 현상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최근의 복잡계 접근에 의한 경제학은 수확체증, 양의 되먹임에 의한 비평형성과 불안정성, 패턴 형성과 기능성, 통합주의적 전체의 원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복잡계의 경제학에서는 시장·조직·기관·투자자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경쟁, 적응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경제학적 선택에 의하여 동역학적인 진화와 생태계적 적응이 이루어진다.


핵심 틀은 비평형계의 ‘자기조직’현상


초기 카오스 연구의 발전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작은 그룹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흥미로운 발견과 새로운 분야의 형성을 선도해 나갔다. 미국 산타크루즈 대학의 도인 파머 등의 4인방 ‘역학계 연구집단’은 초기 카오스의 연구자 및 전도사로서 복잡계 패러다임의 확산에 기여했다. 이 그룹의 리더인 도인 파머는 1991년 노만 패커드와 함께 프리딕션(Prediction) 회사를 설립하여 카오스이론을 주식 등 시장금융계 예측에 응용했다.

 

출처: 과학논편-복잡계과학, 자연과 사회가 만들어 내는 리듬, 김승환-포항공대교수/물리학

 

복잡계와 관련된 책은?

 

복잡계워크샆-삼성경제연구소/복잡계네트워크/2006

  그리고 이에 대한 내용이 동시에 다음 주소에도 있음

http://www.seri.org/db/dbSymVL.html?menu=db06&pubkey=db20061206&pubno=7500 

복잡계개론/삼성경제연구소/윤영수/2005년

복잡계이론이 창조하는 새로운 지식의 패러다임/라이터스편집부/라이터스/2005

복잡계경영-한국경제신문사/다사카히로시지음,주명갑옮김/1997년

복잡계경제학1-평범사/브라이언아서외7인,김용철옮김/1997년

복잡계경제학2-평범사/폴 크루그만과교토대학경제연구소,김극수옮김/1998년

카오스와복잡계의 과학/이노우에 마사요시/강석태역/한승/2002

왜복잡계 경제학인가/시오자와 요시노리/임채성역/푸른길/1999

 

산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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