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산위에서 잠자는 것도 여행에서 겪는 즐거움 중의 하나인지라 잠을 좀 설쳤다. 김선배도 그런지 둘 다 새벽 3시경 일어나 티브이 보다가 다시 5시경 잠들었고 6시에 모닝콜이 와서 깨었다. 오늘 아침은 일출이 6시 56분경 이란다. 밖을 살펴보니 한치 앞이 안 보인다. 안개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아니 어제까지 맑은 날씨가 저녁이 지나 이렇게 바뀌다니...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얼른 세수하고 옷 입고 호텔에 준비되어 있는 솜잠바(파카)와 후레쉬를 준비하여 로비로 내려왔다. 몇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데, 비옷들을 사서 입고 밖을 나간다. 잠시 밖을 나와 보니 추위는 장난이 아니고 눈비바람이 몰아친다. 아니 일출은 다 본건가? 그래도 모를 일이다 싶어 주섬주섬 준비하여 단하봉丹霞峰으로 올라 갔다.
6시 30분경의 황산黃山위는 캄캄함 그대로였다. 후레쉬가 없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다. 계단 길을 올라 올라 단하봉으로 가니 벌써 몇사람들이 와 있다. 광저우廣州에서 온 젊은이들이라고 한다. 한국사람이라니까 신기한 눈치다. 조금씩 하늘은 밝아져 오지만 끝내 해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점점 바람은 쌩쌩거리고 눈보라가 휘날린다. 솔잎 끝에서는 얼음이 매달리고 눈꽃을 피워 가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일출 보기를 포기하고 내려 왔다.
아침을 호텔 식당에서 잘 챙겨 먹고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으나 별 차이가 없어 하는 수 없이 9시경 출발하였다. 내려 오는 길은 두 갈래인데, 쉬운 길은 온 길로 도로 돌아 가는 길인데 그건 좀 단조롭고, 사람 마음 이란게 안 가본 길을 가보고 싶은 게 여행에서의 흥미인지라 시간이 좀 더 들고 험하다는 옥병쪽 길을 잡았다. 우리도 노란 비옷을
입고 베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첫 목적지는 광명정光明頂이다. 해발 1840고지로 연화봉蓮花峰 다음으로 높은 곳이다.
계속 오르막길이고 산을 돌아 드니 눈비바람이 몰아 친다. 산은 점점 하얗게 변해 가고 구름에 가려 산봉우리들을 볼 수가 없다. 그냥 산길따라 걷고 솔잎에 눈꽃이 피어 가는 걸 구경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다. 황산 설경이 이제 시작이 됨을 알리는 것이리라. 아마도 오늘 이후는 설경雪景을 찾아 황산을 찾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 첫머리에 내가 산위 현장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카메라 전지가 두개나 가져 왔음에도 다 썼는지, 작동이 안되어서 하는 수 없이 핸드폰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광명정에 도착하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기서 사진도 찍고 약간 허기가 져서 먹거리도 좀 챙겨 먹었다. 이제부터는 다시 내리막길이다. 해심정까지 쉬운 발걸음으로 내려 왔다. 다시 내려 돌아 드니 오름길이 있고, 다시 바위 틈 새를 걸어 내려 가는 아슬아슬한 길이다 .계단이 살짝 얼어 있어 미끄러웠다. 난간을 꼭 잡고 조심 조심 내려
온다. 5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앞서거니 가고 있다. 그들도 조심하기는 마찬가지라 속도가 영 안난다. 화강암 바위 틈새길을 걸어 걸어 어디인지도 모를 안개속의 낭떠러지를 보면서 엉금엄금 기어 내려오니, 다시 오르막길이 나온다. 백보계단百步云梯구름계단이라는 곳인데, 바람도 장난이 아닐 뿐더러 눈보라가 휘몰아 쳐 발 딛기가 두려울
정도다.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엉덩이를 계단에 찰싹 붙이고 기어 내려오고 있다. 오름도 마찬가지로 서질 못하고 기어 오른다 .바람이 워낙 강해 서면 날아갈 것 같아서다. 한참을 올라 가니 양쪽 바위가 바람을 막아 좀 나아졌고, 위에 상점이 하나 있었다. 잠시 쉬기로 하고 물도 마시고 마음도 가라 앉혔다. 힘든 길이 끝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연화봉蓮花峰 1864미터길은 포기하고 오른쪽의 내리막 길을 택했다.
휴! 한숨을 지으면서 아슬한 바위틈 샛길을 걸어 돌아 나오니 눈앞에 공작희연화孔雀戱蓮花봉이 나타난다. 바위 위 형상이 마치 공작새가 연화꽃에서 노는 모습으로 보인 모양이다. 휘돌아 나오니 절벽옆에 길을 만들어 돌아 간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운해 산세를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구름이 오락 가락 하면서 산세가 드러났다 안보였다 변화무쌍한
광경이 연출된다.
이 변화무쌍한 대자연 앞에선 김선배와 나는 인간이란 자연 앞에서는 참으로 작은 것이라는 생각을 나누었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그 자연을 만끽할 줄 아는 위대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황산의 기암과 괴송 그리고 운해는 3절로도 유명한데 황산의 경치를 한 껏 높여주는 명물임에 틀림없다.
좁을 바위틈을 지나 나오니 옥병줄차장이 보인다 .저 멀리는 옥병봉玉屛峰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그리고 연화봉이 그 웅장한 자태를 다시금 보여 주고 있다. 핸드폰바위手機岩이라 이름지은 바위와 굴길을 지나 옥병줄차장으로 와서 하산을 준비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예정된 시간안에 옥병산길을 무사히 마치고 내려온 것이다 .
다시 줄차가 기다린다. 65원짜리 표를 사고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도펠마이어 로프웨이가 설치한 줄차를 구름속에서 타고 내려 온다. 자광각慈光閣站에서 내려 걸어 내려와 신국선 버스를 탈까 하다 너무 오래 기다려 택시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황산 입구 버스정거장에서 황산시내 툰시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국도를 타고 돌아 돌아
툰시로 들어 왔다.
툰시에 오자 배도 고프고 피곤도 하여 음식점을 찾았으나 마땅 찮아서 터미널에서 가까운 바오리펑샹호텔寶利風尙大酒店에 있는 발맛사지 집에서 맛사지를 받고 허기진 배는 컵라면과 바나나로 채웠다. 그러곤 황산 툰시 터미널에서 맡긴 김선배 가방을 찾고 올 때와 같은 차인 3시50분 상하이행 버스를 탔다.
단하봉에서 일출 보려고 갔지만 일출은 못보고... 서서히 눈비가 솔잎에 맺혀 얼고 있다
서해호텔 방 ..파란 옷이 일출때 빌려 입은 옷..방에 배치되어 있음
광명정 가는 길에서... 광동지역에서 왔다는 일행...사진 찍어 보내줌. 발을 보면 억새잎으로 미끄러지지 말라고 묶는 센스..
솔잎에 핀 눈꽃..탐스러운지...
광명정 표지에서
소나무에 핀 눈꽃...
백보계단을 오르기 전 자라동의 내리막길.그리고 돌아서면 백보계단길이 나타나는데..
이 사진은 남들이 찍은 것으로 불행히도 난 사진을 못찍고, 그래서 이렇게 올린 것이고 ..
이 산위에 눈이 쌓여 가는 걸 상상하면서
공작이 노는 연화봉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치고 잘 나왔다
연화봉 아래 자락의 절벽길..앞쪽 운해가 있다가 없어지고 환상적이다.
옥병봉..남들 사진 여기도 구름을 얹어서 생각해보면....
연화봉을 올려다 보면서....
굴길옆의 핸드폰바위..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옥병줄차장과 줄차,도펠마이어 설치 제품
옥병봉 앞쪽 산자락...
황산 툰시 터미널
황산공식홈페이지 : http://www.tourmart.cn/english/introduction.htm, 중국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되어있음.
sanma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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