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천골자연휴양림3지구에서 불바라기약수터 거리는 편도 6킬로미터 임도
트레킹 코스는 무난하나 시간 안배 잘해야
불바라기약수터는 쌍폭포를 품은 신비의 장소
산자락에 펼쳐진 단풍의 향연이 황홀
미천골자연휴양림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날 아침(15일 토요일)은 너무 일찍 일어났습니다. 5시에 일어나 뒤척이다가 6시경에는 바깥에 나가 산보를 했습니다. 오토캠핑장이 있고, 야영장도 있었습니다. 차량 통행 금지가 되어 있는 임도 방면으로는 불바라기약수터(이하 약수터)가 6킬로미터 가면 있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미천골 계곡 아래로는 꽤 많은 양의 계곡물이 시원스레 흐르고 있었습니다. 산이 높고 깊어 물도 많고 맑아 보였습니다. 달이 아직 지지 않은 채(음력 9월 21일) 암산 산등성이에 걸려 있었습니다.
일행이 일어 난 시간은 7시 반경입니다. 본래 오늘 트레킹 일정이 있는 날입니다. 그럼에도 일행은 어제 흘림골탐방로를 갔다 와서인지 피곤함이 남아 있나 봅니다. 그래서 A가 트레킹 갈 사람을 물어 보았지만 나 외에는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두 사람만이 가기로 하고 아침은 라면을 준비했습니다.
간단히 차린 라면에 즉석밥을 곁들인 아침 식단이 준비되어 먹었습니다. 걷기 위해서는 먹어 두어야 했습니다. 휴양림의 퇴실은 11시에 하게 됩니다. 아직 시간이 3시간 남짓 남았습니다. 계산상으로는 12킬로미터를 3시간에 갔다 올 수는 있지만, 임도(산림 속 숲길)고 동시에 산길이라 3시간만에 갔다 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좀 늦더라도 갔다 오기로 하고 8시 15분에 출발을 했습니다. 스틱은 당연히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스틱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임도에 들어와 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직폭포가 나타났습니다. 상직폭포 아래까지 메기, 산천어 등의 물고기들이 이곳까지 왔다가 폭포가 높아 더 올라가지 못했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상직폭포입니다. 미천골정자에서 상직폭포를 감상하고 있어도 경치는 좋습니다. 그리고 길 건너편으로는 조봉(해발1182미터) 등산로가 시작이 되는데 태풍때 등산로가 사라져서 지금은 폐쇄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여기가 아니기에 계속 걷습니다. 한 15분여를 더 들어가니 물망초바위와 피룡골이 나타납니다. 물망초바위에는 사랑의 전설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양양의 대장간에서 일하는 총각과 한양에서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불바라기약수터에 온 처녀가 사랑에 빠졌는데, 어느 날 처녀는 물이 불어 난 피룡골을 건너다 물어 빠져 죽고 맙니다. 이에 상심한 총각이 소녀를 그리워하면서 이 바위에 물망초를 새기고는 자신도 상직폭포에서 몸을 던져 소녀곁으로 갔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이 이 바위 앞에서 총각처녀를 영혼혼례를 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이 바위 앞에서 사랑의 소원을 빌면 소원 성취한다고 합니다. 이곳이 예전에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나 봅니다. 바로 앞에는 또 차의 출입을 막는 차단봉(바리케이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차단봉 옆으로 비켜 들어갔습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사방의 계곡으로 흘러내린 산자락에서는 단풍이 든 나무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그야말로 황홀한 단풍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암산(1153미터)과 조봉(1184밑)이 만든 산자락의 숲이 만든 대합창에 미천골계곡물은 쉼 없이 반주를 해 댑니다.
40여분을 걸어 가자 이 동네 사는 분이라면서 여성 한 분이 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고민고개까지 갔다가 온다고 했습니다. 이 곳에 혹시 멧돼지 같은 것이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다행히 없다고 합니다. 고민고개가 나옵니다. 그리고 한 참을 걸어가면 송이고개가 나옵니다. 벌써 1시간에 3.5킬로미터를 걸어 왔습니다. 바로 앞에는 바위에서 물이 나오는 눈물바위가 산쪽으로 큰 언덕을 만들고 있습니다.
1킬로미터 정도를 더 올라가니 곁 계곡이 나오고 불바라기약수터까지 1.5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부엉이 모양의 표지가 나옵니다. 물론 좌우로 펼쳐진 단풍 구경은 무료입니다.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겨울 준비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나무마다 만들어 내는 색깔이 다 다릅니다. 가끔 만나는 짙은 빨강의 단풍나무는 눈에 확 들어 옵니다 .노랑 단풍을 단 나무들이 상당히 많군요. 그 와중에 푸른 초록색을 유지하는 전나무들이 큰 키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소나무들은 소곤소곤 모여 서 단풍 든 나무들을 엿보면서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계곡은 힘이 넘치는 물소리로 흘러가면서 연신 인사를 하고는 낙엽을 싣고 떠나 갑니다.
9시 36분경에 제법 큰 곁 계곡을 지나 약수터까지 700미터 남았다는 표지를 만났습니다.
드디에 임도에서 약수터로 빠지는 길이 나타납니다. 이 때가 9시 43분, 1시간 30분정도 걸렸습니다. 이제 약수터까지 280여미터 남았습니다. 이곳에는 화장실도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습니다. 다리를 지나고 깊은 골짜기를 들어가니 폭포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옵니다. 자그마한 지붕이 있는 소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불바라기약수터입니다. 안으로 들어 서니 폭포가 하나가 아니고 둘입니다. 쌍 폭포로, 오른쪽이 청룡폭포, 왼쪽이 황룡폭포 입니다. 청룡폭포의 물은 웅덩이(沼)에 모였다가 내려가고 황룡폭포는 바로 아래로 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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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수터는 조선시대에 강 씨라는 사람이 발견한 약수터로 이 물로 밥을 지어 어머니 피부병을 고쳤다는 약수터입니다. 불바라기는 이곳의 바닥이 철분으로 인해 붉게 색이 변해 있어서 “(붉바닥이)→ 불바닥이 → 불바라기”로 변하여 불려 왔다고 합니다. 또 일설에는 화전민들의 맞불을 놓는 방화선의 옛말 불바라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 물로 지은 밥을 먹으면 칼슘, 마그네슘, 철, 나트륨이 골고루 들어 있어 오래 산다고 합니다. 맛은 오색약수터의 물은 탄산이 강한 반면 이곳은 탄산이 덜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탄산이 느껴졌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덜 느껴진다고 합니다. 황룡폭포쪽의 바위틈에서 솟아나온 물을 파이프를 통해 흘러 내려 오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양쪽의 폭포가 아래에서 한 곳으로 모이는데 그 중간쯤에 이 약수터 물이 모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형과 인간의 신체를 고려하여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이 떨어진 둥근 물통에는 불그레하게 물이 들어 있어 철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깨끗하고 투명한 물이 아니라 몸에 도움이 되는 철을 비롯한 몇가지 원소들이 들어 있는 약수(藥水)입니다.
미천골 계곡물이 구룡령을 이루는 약수산(1306미터)과 응복산(1360미터)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시작되어 흘러 내려 온다고 합니다. 바로 이 청룡폭포와 황룡폭포로 만나 미천골로 내려 갑니다. 중간에 다른 골짜기에서 만들어진 계곡 물들과 또 합류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백두대간의 정기가 깃든 계곡입니다. 이 계곡물은 영덕호를 거쳐 남대천에 이르고 양양앞바다로 들어 갑니다.
2007년 7월에 KBS에서도 이곳의 약수터를 취재하여 보도한 걸 보면 꽤 이름이 난 약수터입니다. 특히 최근 오색약수터의 물이 말라 있는 상황에서 이 약수터는 그나마 물이 조금씩이라도 흘러 나오니 더 유명해지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오는 길이 불편해 맘먹고 찾아 오지 않으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자연휴양림을 거쳐 들어와야 합니다.
퇴실 시간이 있어 마냥 이곳에서 구경하며 오래 시간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물을 담은 페트병을 등산 가방에 넣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참으로 귀한 보물을 보고 가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10시 10분에 약수터를 출발했습니다. 9시 50분에 약수터에 도착했는데 20분이나 약수터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부지런히 출발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11시까지는 닿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핸드폰이 안 터집니다.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행들이 알아서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퇴실이 좀 늦을 것이라고 해 두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핸드폰으로는 오직 사진만 찍습니다.
되돌아오는 길은 한결 편안합니다. 고도는 높지 않지만 그래도 내리막길입니다. 해는 약수터로 올 때의 각도보다 하늘로 더 솟아 올라 있습니다. 올라 올 때의 단풍이 선명하게 보인 것도 햇빛 반사 각도가 달라서 입니다. 엽록소 때문에 안 보였던 색소를 하나 둘씩 드러내는 이 작업의 과정에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눈요기 구경을 합니다. 이 색소도 광합성을 잘 해야 당이 풍부해 선명하다고 합니다.
“나무여, 주황색의 카로틴, 노란색의 크산토필, 붉은색의 안토시아닌의 네 빛깔을 산 속에서 마음껏 풀어 내라. 나는 그것을 즐거이 바라 보리라.” 저 산 속에서는 앞으로 앞다투어 떨켜 작업이 수 없이 일어 날 것입니다. 낙엽으로 지상에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의 마지막을 겨울 눈이 오기 전까지 바라 보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인내의 시선이 필요하고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되돌아오는 길의 길이는 같습니다. 그러나 피로도가 쌓여 힘들다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이때부터 스틱의존도는 더 높아 갑니다. 눈으로는 단풍을 구경하고 발로는 열심히 걸어 돌아가야 합니다. 임도길은 딱딱하고 평평하여 다리의 피로 누적도 빠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퇴실 시간에 너무 늦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 갔습니다.
약수터로 오를 때는 안 보였던 ‘멍에정’이 보입니다. 물망초바위가 있는 곳 근처입니다. 왜 멍에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1시 15분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어 내려 온 것입니다. 이제 출발지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상직폭포 조금 못 미친 곳에서 계곡물에 얼굴을 씻어 내렸습니다. 참으로 시원했습니다. 땀에 절은 얼굴을 씻어 내고 나니 한결 산뜻해집니다. 상직폭포를 다시 잠시 보고 출발지로 돌아오니 11시 30분입니다. 12킬로미터의 트레킹 끝났습니다.
거리 및 시간 결산(10월 15일 토요일)
8시 15분 제3지구 출발, 9시 50분 약수터 도착 (1시간 35분 소요)
9시 50-10:10 약수터 머문 시간 (20분)
10:10 약수터 출발, 11:30분 제3지구 도착 (1시간 20분 소요)
총 소요 시간: 2시간 55분. + 20분 = 3시간 15분 소요
안내에 따르면 일반인이 구경하면서 이 거리를 6시간에 갔다 온다고 합니다. 이에 비하면 시간을 많이 단축하였습니다.
약수의 활용
밥지어 먹기
2022.10.15. 미천골 불바라기약수터를 트레킹하고 나서, 이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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