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을 풍요롭게/문화 예술 방송

원자의 세계와 몸

728x90
원자의 세계... 우리 몸속에도 있을 수 있는 셰익스피어,칭기즈칸의 원자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6.4)

수명이 아주 긴 원자들은 정말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당신의 몸 속에 있는 원자들은 모두 몸 속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몇 개의 별을 거쳐서 왔을 것이고, 수백만에 이르는 생물들의 일부였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우리는 정말로 엄청난 수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죽고 나면 그 원소들은 모두 재활용된다. 그래서 우리 몸 속에 있는 원자들 중의 상당수는 한때 셰익스피어의 몸 속에 있었을 수도 있다. 부처와 칭기즈칸, 그리고 베토벤은 물론이고 여러분이 기억하는 거의 모든 역사적 인물로부터 물려받은 것들도 각각 수십억 개씩은 될 것이다.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만약 과학의 역사를 한 줄로 줄여서 표현한다면 "모든 것이 원자(atom)로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원자는 매우 작고 많으며 사실상 영속적입니다. 50만개의 원자를 맞대어 늘어놓아도 사람의 머리카락 뒤에 숨겨둘 수 있을 정도로 원자는 작으며, 원자 하나와 1밀리미터의 비율은 종이 한 장의 두께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의 비율과 비슷합니다.
원자의 수명은 10의 35제곱년쯤 되며, 원자들로 구성된 분자의 수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각설탕 한 개 정도의 공간에는 270억개의 10억 배 정도의 분자가 들어 있다고 하니까요.

우리 몸을 구성하던 원자들은 우리가 죽으면 모두 흩어져 다른 곳에서 사용된다고 합니다. 꽃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몸이 될 수도 있으며, 바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불교에서만 윤회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원자의 세계에서도 윤회의 개념이 존재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상 영원히 사는 원자는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을 겁니다. 지금 나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원자들 중의 일부는 빌 브라이슨의 표현대로 한때 셰익스피어의 몸 속에 있었을 수도 있고, 칭기즈칸, 이순신의 몸 속에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위인들에게 물려받은 원자들로 내 몸이 구성되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과학의 세계. 그 과학에는 복잡한 수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 있고 삶이 있습니다.
나의 몸이 우리의 상식으로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고 많은, 거의 영원히 사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 중 수 만 개, 수 억 개는 셰익스피어나 이순신에게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다...
무언가 우주에 대한 경외감이, 그리고 그와 함께 내 몸을 구성하고 있을지도 모를 인류의 위인들의 생각과 열정이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