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61)스님이 조계종 승적을 반납하고 잠적했다.
수경스님은 14일 측근에게 글을 전하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떠난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는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는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다"며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내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며 "나는 죽음이 두렵다. 내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찌 내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나.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고 전했다.
또 "내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경스님은 14일 화계사 주지직, 불교환경연대 대표직을 내놓았다. 또 조계종 승적까지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 스님의 소신 공양의 영향력이 이처럼 크다. 수경 스님 역시 또 다른 소신 공양을 했건만, 또 다른 권력이나 힘에 다가서는 고뇌를 보고 이제 내려 놓고자 했다.
放下着방하착이다. 내려 놓는 것이다. 떠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