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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풍요롭게/철학 종교일반

나 울다, 백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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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울다

 

산비탈 비스듬히 골목을 오르다

삐져나온 바위 그루터기에 앉아

울었다

"시는 무엇이며,인생은..."

바람이 담뱃불조차 꺼버린 어둠,

진득하게 고인 시간 속에서

누구는 나한테 '바다'를 보라하지만

-거긴 죽으을 먹어치운 해파리만 가득하고

누구는 나한테 '꽃'을 보라 하지만

-색색의 표면 아래 들끓는 생식의 욕망 가득하고

누구는 나한테 '바다와 꽃과 시'를 보라하지만

허기진 날 바람은 더욱 매섭고

아무래도 삶은 '라깡'이 아니라 '새우깡'인데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 크게 웃는 당신,

당신들이여!

오 층 창가에 아주잠깐 반짝이는 '반딧불이'는

내 서러운 어둠을 위해,이 밤도

울고 있음을...

돌 벽에 수없이 머리 찧어도 번개가 일지 않는

흐리고 흐린 밤, 비스듬한 골목을 오르다

마지막 담뱃불을 거뜨리고

나 실실 울다.

 

백인덕시집,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문학의 전당, 38p

 

2010.2.19 한국 우체국 소인이 찍힌 소포가 도착했다.

백시인이 자기 시집을 보내 왔다.

작년 만났을 때 시집 보내준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이 중국 상하이 하늘에서 백시인의 시집을 받아 보니 나 역시 반가웠다.

 

삶의 질(質)과 양(量) 사이에서 엄청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백시인의 시집이다.

 

 

 

 

 2010.3.6 산만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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