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해온 등산화, 등산지팡이(스틱), 모자, 손수건, 물을 챙기고 일행은 함께 출발했다. 등산 시간은 일몰 시간이 19시경이므로 16시경 출발하면 적당해 보였다.
홍도 분교를 돌아 홍도원추리군락지 언덕길을 올라 간다. 오름길에는 길가에 분꽃이 길가에 단체로 나와서 열렬히 환영해 준다. 분꽃이 이렇게 모여서 핀 것은 처음 본다.
홍도 갤러리가 있는 곳에서 사진 몇장을 보고 잠시 앉아서 마을을 구경하고 다시 계단길을 올라 전망대(연인의 길 아래)에서 잠시 홍도1구 마을과 남문, 몽돌해변등을 보고 다시 올라 간다. 위로 오를수록 전망은 넓어지고 좋다.
계단길을 벗어나 나무 숲속에 들어서면 동백나무, 후박나무, 모새나무, 돈나무, 구실잣밤나무, 때죽나무,예덕나무등 자생종 나무들과 식물들이 환영하는 길에 접어든다. 홍도청어미륵도 만나고 연리지도 있다.
팁. 후박나무를 조사하다 보니 남해군 창선마을에 수령 500년이 된 왕후박나무가 있다. 후박(厚朴)나무는 중국명에서 온 것 같은데 나무껍질이 두꺼워서 그렇게 부른단다. 홍남(紅楠)이라고도 하고 중국목련과일본목련이라는 용어도 같이 확인하게 된다. 후박나무가 녹나무과 후박나무속 상록교목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삼거리길(미세밭)에서 잠시 쉬어 간다. 깃대봉까지는 1.1킬로미터 남았다.
다시 출발한 산길은 아담한 오솔길이다. 연인은 좋은 결실로, 부부는 금실이 더 좋아진다는 편안한 길 "연인의 길"을 오르면 "숨골재"굴이 나온다. 바다 밑까지 뚫려 있다는데. 입구가 좁아 들어 가기는 어렵지만 들어가면 바다까지 직행할 수도 있겠다. 다시 사스레피나무도 나타나고 "콩짜개덩굴"이 휘감아 올라가는 나무들도 많이 나타난다. 참나무로 숯을 구워 내었다는 "숯가마터"도 나온다. 정숙이라는 사람이 구웠다고 하여 "정숙이숯굴"로도 불린다.
같이 오르는 사람들 중에는 저 멀리 중국 하얼빈에서 왔다는 분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억양을 들으면 금방 알수가 있다. 하얼빈 지역에도 한국 교민이 많이 철수를 하여 동포들 경제가 많이 안좋다고 한다. 산을 오르면서 좌우로 보이는 넓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섬들을 보기도 하고 가까이 홍도의 해안과 딸린 섬드도 구경한다. 숲속의 나무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디어 깃대봉 도착. 1시간 남짓 소요.
표기상 365미터라지만 실제는 367.8미터로 나온다. 부르기 쉽고 1년 내내 산을 찾아 오라고 365미터. 데크 중앙에 돌탑을 쌓아 두었다. 바다를 낀 섬 산의 특징은 산을 오르내리면서 주변 바다와 섬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툭 트인 바다, 시원한 바람, 저 멀리 보일 듯 말듯한 섬들, 장도(흑산도 앞자락), 흑산도, 태도, 가거도가 보인다. 홍도의 주변 섬들도 보인다. 그러나 섬에서 오르는 산은 내륙에서 오르는 산과 다른 점은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 그러니 높이는 섬은 그의 액면 그대로, 내륙은 몇 백미터 빼고 보면 된다.
팁, 배사구조라는 지형 : 홍도가 전형적인 배사구조의 지층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옆에서 압력이 가해져 가운데가 솟아 오르고 옆은 비스듬해 지는 구조입니다. 섬 전체가 습곡의 배사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섬의 주능선이 배사축에 해당하고 주능선 양쪽 산허리는 배사구조의 양 날개에 해당합니다.
깃대봉이 왜 깃대봉일까요? 멀리서 보면 깃대처럼 보인다는 데 이름이야 붙이기 나름.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 들다보니 100대 명산 정복하려는 산사람들은 반드시 올라야 하는 산입니다. 그 사이 부산 ㄱ 중고등학교 동문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100대명산 등정 기념 사진을 찍고 있네요.
안내판에는 곧장 서쪽으로 가면 중국 상하이가 나온다는데 그것이 아니라 장수성 연운강(连云港) 항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상하이는 남쪽으로 더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오면서 다시 편안한 연인의 길을 걸어 나오고 잠시 전망대에서 마을과 섬 주변을 구경합니다.
남문바위 앞 섬바위가 반구여라고 했는데 산에서 보니 완전 반구(원구를 반으로 짜른 모양)입니다. 자생나무들을 다시 구경하고, 익어가는 동백나무 열매도 봅니다.
#홍도원추리군락지 언덕에는 꽃은 이미 졌고 간혹 늦은 꽃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대부분 열매를 맺어 가는 원추리들이 고개를 세우고 있네요.
해가 점점 떨어져 가니 푸른 하늘의 흰 구름들은 점점 색깔을 내기 시작합니다. 떨어져 내릴 수록 색깔이 바꿉니다. 더 붉어져 갑니다.
시간이 너무 늦을까 봐 황혼을 다 보지 못하고 호텔 식당으로 왔습니다. 식당 안에서도 바다가 보여서 창밖으로 붉은 노을을 봅니다. 회정식에 잎새소주를 마시면서 누리는 호사입니다.
다음 코스는 부두에 있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 횟집 순방입니다. 해삼, 전복, 뿔소라를 먹는데 단단하기가 차돌같으니 이빨 조심하라고 합니다. 단단하네요. 왜 단단할까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싱싱한 것이라서. 또 하나는 늙은 생물이라서.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맛있으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