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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식/책읽기

최석균 시인의 시집 『유리창 한 장의 햇살』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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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의 메세지가 들어 있고 이웃을 생각하는 따스함이 있으며

자연, 문명, 사람을 사랑하고 교감하는 우주적 마음을 가진 최석균 시인의 시집

 

최석균 시인의 시집 『유리창 한 장의 햇살』을 읽는다.

최석균 시인(이하 시인)의 이 시집이 나온 지 3년이 지났다. 시인에게는 참 미안하다. 그래도 오늘 기회가 되어 시인의 시를 읽는다.

 
유리창 한 장의 햇살(시작시인전 302)
최석균 시인의 시집 『유리창 한 장의 햇살』이 시작시인선 30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경남 합천 출생으로 2004년 『시사사』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배롱나무 근처』와 『手談』이 있다. 시집 『유리창 한 장의 햇살』은 이전 시집인 『手談』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위 “바둑시”가 지닌 정신과 미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이전 시집에서 바둑을 시의 소재로 삼고, 바둑의 정신과 미학을 시적 특성으로 형성화해 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은 바 있는 데, 이번 시집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둑을 통해 시의 한 속성을 드러내는 미학적 결실을 이루어냄으로써 이전보다 시적으로 더욱 농익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집의 주조를 이루고 있는 존재에 대한 갈증과 허기는 시인에게 시적 자양분이 되며, 시는 실존적 허기를 달래는 영혼의 양식이 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집요하게 ‘존재론적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방편을 모색한다. 가령 시인은 문제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근원적이고도 담대한 탐색만이 결핍으로 인한 단절과 위축의 삶 속에서 구원의 길을 열어주리라 믿는 것이다. 해설을 쓴 김경복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우리는 시인에게서 “존재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존재의 본질에 해당하는 ‘신의 한 수’를 찾아 헤매는 기사棋士”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으며, “삶과 사물에 대한 역설적 인식이나 통찰을 통해 현상 너머의 진리를 찾아 부유하는 시적 영혼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고 그에 따른 존재의 구원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시인의 태도에서 우리는 존재론적 사색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구원을 꿈꾸는 한 인간의 처연한 시적 고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표4를 쓴 공광규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인간사의 갈등과 대립을 바둑 이야기로 어루만지며 풀어내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우리 시대의 영혼의 양식이 되어 존재의 갈증과 허기를 채워 주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최석균
출판
천년의시작
출판일
2019.08.26

 

유리창 한 장의 햇살

최석균 지음, 천년의 시작, 2019.08.26.,10000

16편의 시를 4부로 나눠 총 64편의 시를 담아 놓은 시집이다. 뒤지에 공광규 시인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사랑과 평화의 메세지가 들어 있고 이웃을 생각하는 따스함이 있으며 자연과 문명, 사람을 사랑하고 교감하는 우주적 마음을 가진 시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김경복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시 시집을 깊이 있게 읽는데 많은 길잡이를 해 주는 친철한 해설이다.

 

최석균 시인은 누구인가?

최석균 시인은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고,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했다. 현재 창원경일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제16회 김달진창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원문협(이사), 경남문협, 곰솔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며, 시집으로 『배롱나무 근처』(2008.10.07)와 『手談』(2012.10.31) 이 있다.

 

시인은 이 시집으로 2020년 제16회 김달진창원문학상을 탔다. 수상 자리에서 그는 박지원의 호곡장(기쁨의 눈물) 이야기를 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동시에 시인의 시집에서 잘 쓴 시 두어 편만 건져도 잘 된 시집이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안고 한 편 한 편 잘 쓰기 위해 노력 중인 시인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의 강에 배를 띄우고/물비늘로 일던 시어를 좇았으나/어망은 비어있었다.//부유의 길, 무엇으로 허기를 채울까./죽은 지 오랜 시를 버무려 소반에 올린다.//선상에서 마주한 따뜻한 눈빛과/강변에서 잡아준 고마운 손의 온기는/여백의 그릇에 담았다.라고 쓰고 있다.

 

부유하는 배에서 그는 빈 어망의 허기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면서 쓴 시들을 독자들에게 내어 놓은 것이다. 허기는 배고픔이고 부족함이고 기다림과 그리움의 근원이며 실존의 탐색이다. 시인이 내놓은 64편의 시들을 통해 시인이 탐색하는 실존의 허기를 동행하는 유익함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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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한 장의 햇살

   유리창 한 장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앉았다. 환한 자리에 발을 담가본다. 손을 적셔본다. 따뜻하다. 오래 보고 있으니 조금씩 기운다. 네게로 향하는 정직한 마음처럼 옮겨 간다. 지금껏 네 주변으로 다가간 몸의 열기 마음의 빛, 그렇게 살아있다. 네모거나 둥글거나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너 아닌 존재의 그늘에 떠오른 눈빛 하나, 너 아닌 존재의 그늘까지 쓰다듬는 심장 하나, 안 보이던 것이 선명할 때는 모든 길이 너를 향해 열린다.(전문)

 

표제시로 이 시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시다. 시에 빛을 등장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빛은 이미 오랜 기간 인간에게 있어 가장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태양으로 존재해 온 것이다. 이 대상을 시에 가져올 때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기존 타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타성을 벗어나 빛을 새롭게 보려고 한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 온 아주 조금의 빛을 눈으로 보고 손과 발로 만져 보고 느껴본다. 그러면서 그 빛이 옮겨 감을 깨닫는다. 이 시의 핵심 운송 수단은 빛의 옮겨 감이다. 그 옮겨 감을 통해 시인은 인간애로 넘어온다.정직한 마음이 옮겨가는 것처럼. 그리하여너 아닌 존재의 그늘까지 쓰다듬은 심장 하나가 바로 빛이 된다. 이 심장, 따뜻한 심장, 착한 마음, 정직한 마음이 빛 되는 것, 시인은 세상을 향해, 유리창을 통해 비쳐오는 빛의 이동을 통해 인간 존재의 착한 마음을 끌어 내 이야기하고 있다. 손에 손 잡고 살아 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이 시를 통해 노래한 시인이 아름답다.  

 

나무를 만진다

 

나무는 사람 손길 닿는 것을 좋아해서/사람 소리 들리는 쪽으로 푸릇푸릇 향기를 뿜는다//사람은 나무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사람은 나무를 만지면서 몸속에 푸른 물이 든다//사람 냄새 나는 사람과 사람 물이 든 나무가/마주 눕고 만지다 닳은 집에서/나무는 몸을 반짝이고 나는 몸이 간지럽다//나무와 사람은 서로 세 들어 사랑해서/얼굴이 안 비치는 순간 빛과 냄새를 놓아버린다//나무 집이 허물어지도록 돌아다니다가/푸른 물이 다 빠진 몸으로 돌아온 나는/나무가 나를 만진다고 생각하고 눈치 없이 군다 (전문)

 

이 시는 애초 발표한 시를 이 시집을 내면서 약간 수정한 것으로 보이는 시다. 김경복 평론가가 이 시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한 시다. 나무와 사람의 공생, 또는 합일이라는 것으로 해설이 되는 시다. 사실 나무는 사람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나무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시에서 사람과 나무는 둘이면서 하나가 된다. 만져서 느끼는 존재의 확인이다. 대상에 이입되는 화자의 감정이 매우 절제되어 있어 빛과 냄새를 놓아버리는 그 순간, 푸른 물이 다 빠지는 그 순간의 소멸과 절망의 감정을 숨기면서 나무가 나를 만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나를 깨닫는다. 어쩌면 존재의 허무를 깨닫는 것이다. 나와 나무의 관계, 나와 나의 관계,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는 시인이다.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다른 시인의 시를 가져와 본다.

 

나무와 새

새들의 꿈에서/나무 냄새가 난다면*/나무들의 꿈에서는/새 냄새가 날까?//네가 그리운 날/나도 네 둥지에 깃들어/네 꿈을 꾼단다//그런 날/네 꿈에서도/내 냄새가 나니?

*
마종기 시인 시집 제목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인용.

『반짝이는 너에게』, 조병도 지음, 바른북스, 2022.08.28.

 

이완근 시인이 페북에 소개하여 안 시다. ‘그리움을 표현한 시로 보인다. 시 속에 마종기 시인의 시 일부가 인용되어 마종기 시인의 시까지 자연스레 소개된다.

 

최석균 시인이 <나무를 만진다>에서 보여 주는 나와 나무의 관계, 조병도 시인이 <나무와 새>에 보여주는 새와 나무 그리고 나와 너의 관계에서 이야기하는 존재의 허무와 그리움을 노래하는 두 시인은 유사한 대립 구조를 통해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다룬 소재중에 바둑을 놓고 쓴 시들이 꽤 된다. 시인이 바둑을 좋아하며 상당한 수준의 기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둑 소재의 시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읽어 볼 참이다.

 

시인이 살고 있는 창원시, 특히 안민동을 소재로 쓴 시들도 많다. <안민동>, <창원>, <안민동 이웃>, <안민가>, <안민고개 데크로드>, <상남동 연가>, <마산 아구 골목> 등이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 체험하고 느끼면서 이웃과 함께 만나는 아름다움이 있는 시들이다. 관념적인 이상을 높은 곳에서 찾는 것보다 낮은 곳에서 찾는 이상일 것이다. 바로 옆에서 바라보면 바로 그곳에 그것이 있는 것이다.

 

비가 올 때 빛나지요 (중략) 안민고개에 올라서서 보면 흔들흔들 왔다가 구불구불 넘어가는 사랑의 불빛들이 아름다”운 <창원>이나, 경상도 사투리가 퍼지고 꽃잎을 주워 담으며/느린 마실길을 다녀온 저녁답엔/고개 너머 먼 데까지 나무 냄새가<안민고개 데크로드>에서는 재미까지 있다.  “(전략)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다가/첫사랑같이 덤벼드는 입/단걸음에 달려가 아구아구/입맞춤하고 싶은 사람아<마산 아구 골목>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마산만의 특징적인 아귀찜을 먹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이 있다. 오르내리면 편안해 진다는 <안민동>을 감상하면서 독후감을 마친다. 언제 창원을 가게 되면 안민고개를 꼭 가보고 싶다. 

 

안민동

내가 사는 동네 안민동에는/오르내리면 편안해지는 안민고개가 있다.//뻗어나가던 길이 안민동을 지나면 너그러워지고/막혔던 심사가 안민고개에서 풀린다//산짐승과의 만남은 정겹고/복면들의 출몰은 새롭다//헛기침이 옆구리를 툭 치고 갈 때는/돌아보지 않는 게 좋다 등 뒤엔 꽃이 피니까//고개 너머에는 바다가 있지만/멀고 긴 그리움은 남기지 않는 게 좋다//태평한 나라로 가는 길이 따로 있을까/비탈진 시간 위에 안민고개 하나 걸어두자//맨얼굴이 가면일 때가 많은 날이니/발치에 안민동 하나 세우고 살자 (전문)

2022.10.22. 토요일,  이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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