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날 여권 유효기간이 되어 새로 여권을 만들기 위해 수원에 있는 여권민원실을 찾았는데 거기서 직원 한사람이 읽고 있는 책이 눈에 들어 온다.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다. 책이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단다. 이 책은 그렇게 내게 다가 왔다.
정조(正祖,1752-1800), 이산(李祘), 조선 22대왕,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 어머니 혜경궁홍씨다. 조선시대 왕 중에서 유일하게 수원지역의 화성행궁에서 매일매일 살아 나 그를 생각하게 하는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로 스스로 부른 인물이다.
2022.10.21일 저녁에 수원화성에 올라 정조대왕을 만났다. 달은 하현으로 가고 있는 때다. 작년에 읽은 책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한국의 현재 정치를 생각하면서 정조 앞에 섰다. 나라의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는 밤이다.
리더라면 정조처럼, 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쉽 코드 5049
김준혁지음, 더봄, 2020.06.20, 368쪽, 18000원
그 정조대왕을 김준혁교수가 단단히 벼르고 40년동안 공부하고 연구하여 밝혀 놓은 책들이 있다. 하나는 『화성, 정조와 다산의 꿈이 어우러진 대동의 도시』, 그 다음은 『정조가 만든 조선의 최강군대 장용영』이다. 그리고 세번째로 정조의 리더쉽을 모두 49장으로 나눠 쓴 책이 바로 이 책 『리더라면 정조처럼,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쉽 코드 5049』이다. 그 외 정조에 관한 많은 책들이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그야말로 정조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다. 역사학자인 그는 정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그야말로 정조 박사다.
7장으로 나눠진 큰 이야기에는 49개의 작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맞춘 이야기의 숫자다. 49는 곧 50중 49라는 의미인데, 본래는 주역에서 점을 칠 때 산가지 50개를 뽑아 1개를 태극으로 생각해 버려 49개만 가지고 점괘를 맞추는데, 여기서 활을 잘 쏜 정조가 착안하여 활을 쏠 때 50개중 49발만 명중 시키고 나머지 1발은 과녁을 향해 쏘지 않고 허공을 향해 쏜 데서 나온 말이다. 겸손을 뜻하는 이 코드를 작가가 가져와 49개의 이야기들로 꾸민 것이다.
정조 리더쉽의 원천은 역시 책 읽기 즉 독서다.
정조 리더쉽의 원천은 역시 책 읽기 즉 독서다. 작가도 독서 이야기를 맨 먼저 꺼내 들었다. 정조의 독서법은 두 번을 읽기, 처음은 개요 파악하고 두 번째는 정독하는 것, 독서 계획을 세워 읽기, 근면한 읽기, 역사서와 실용서 읽기, 기록하면서 읽기등을 통해 그 많은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받아들이고 나라를 다스리는데 적절히 활용했다. 정조를 바라 본 가장 훌륭한 점이 바로 이 독서로부터 나왔음을 눈치 챈다.
49개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도 많다. 작가는 이 점을 잘 알고 오래 전부터 지방 신문에 기고하면서 정리를 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공부하는 군주, 시대 변화를 읽다, 인재 등용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다, 강건한 군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다, 포용의 정치를 추구하다, 조선의 진경문화시대를 열다의 7장은 정조의 리더쉽 특징을 잘 잡아 주는 구분이다. 하나 하나의 정조의 사례들은 정치 지도자를 향하는 것으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수원 지역은 정조의 이러한 통솔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다.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수원화성 그리고 주변의 전통시장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6장의 42 이야기에서는 정조의 술마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핵심은 불취무귀(不醉無歸) 다. 술이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이면의 의미는 백성들이 술을 마음껏 마시고 즐기는 세상을 염원하면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불취무귀의 정신은 그래서 가까이의 신하들이 흥청망청 취해 정사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풍로롭고 근심이 없이 사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도록 힘쓰라는 준엄함이 담겨 있음을 본다. (사진 참조)
정조의 서얼하통(신분격파)으로 같이 한 인재들을 생각한다.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 백동수, 피재길, 그리고 익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인 채제공, 조심태, 정약용, 우하영등 많은 인재들을 등용시켜 그들이 개혁사업에 동참하도록 했다.
진경문화 즉 조선후기의 문예부흥을 이끈 탁월한 문화를 만들어 나간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나는 그것 역시 독서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원화성과 행궁을 생각하고 김홍도를 생각하면 된다. 홍대용, 박지원을 김정희등 수많은 인물들의 든든한 뿌리를 정조는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김홍도와 그 팀이 그린 그림을 한 번 생각해 보면 가늠이 될 것이다.
드라마 <이산>을 생각하면 드라마 속 연기자 이서진이 떠오른다. 그러나 동시에 수원 팔달문 주변의 발달한 재래시장을 본다. 팔달문시장, 영동시장, 지동시장, 못골시장등 몇 개의 시장이 같이 어우러져 있다. 시장 한 곳에 불취무귀를 담은 정조가 술상을 펼치고 조용히 앉아 있는 상이 있다. 수원에는 곳곳에 정조의 체취가 남아 있으니 책을 읽고 현장을 돌아 보면 모든 게 다 보인다. 그리고 선경도서관에 들러 특화된 수원 역사 자료를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요 임금의 화봉삼축의 고사에서 화(華)를 가져 왔다는 것이니 '풍요로움과 건강과 인구의 번성'을 기원하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세상의 지도자들은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하는 의미를 작가는 정조를 통해 이 시대에 축원하고 있다.
2021.03.20 리더라면 정조처럼을 읽고
다시 쓴 독후감이지만 지금 읽어도 좋다. 정조의 리더쉽속에 담겨 있는 "국가 지도자상"은 매우 선명하다. 그 바탕은 풍부한 독서력이고, 끊임없는 창조적인 혁신이다. 내면과 외면이 성숙하여 통합을 실현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편협되지 않은 정치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정의를 생각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효를 실천하는 것이며 나아가서 국민들의 소리(민원)를 듣고 백성을 편안하게 살게 만드는 것이다.
정조를 다시 생각하는 수원화성 야행입니다.
2022.10.21 수원화성 야행을 하고나서 이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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