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 이승훈 시인의 시 「모두가 예술이다」를 읽습니다

모두가 예술이다
용인 공원 식당 창가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앞에는 정민 교수 옆에는 오세영. 유리창엔 봄날 오후 햇살이 비친다. 탁자엔 두부, 말린 무 졸임, 콩나물 무침, 멸치 졸임. 갑자기 가느다란 멸치가 말하네. " 생각해 봐! 생각해 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라는 건지 원! 멸치 안주로 맥주 마실 때 "이형은 목월 선생님 사랑을 그렇게 받았지만 생전에 보답을 못한 것 같아." 종이컵에 하얀 막걸리 따라 마시며 오세영이 말했다. "원래 사랑 받는 아들 따로 있고 효자 아들 따로 있는 거야." 그때 내가 한 말이다. 양말 벗고 햇살에 발을 말리고 싶은 봄날.
"이군이가? 훈이가?" 대학 시절 깊은 밤 원효로 목월 선생님 찾아가면 작은 방에 엎드려 원고 쓰시다 말고 "와? 무슨 일이고?" 물으셨지. 난 그저 말 없이 선생님 앞에 앉아 있었다. 아마 추위와 불안과 망상에 쫓기고 있었을 거다. 대학 시절 처음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나올 때 "엄마야! 이군 김치 좀 주게. 이군 자취한다." 사모님을 엄마라 부르시고 사모님은 하얀 비닐봉지에 매운 경상도 김치를 담아 주셨다. 오늘밤에도 선생님 찾아가 꾸벅 인사드리면 "이군이가? 훈이가? 와? 무슨 일이고?" 그러실 것만 같다.
선시를 아는 것은 불교를 아는 것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시의 표현 방법에 대한 다양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선시에 한 때 매료되었고 이제 조금 더 알고 싶어 다시 책을 찾아 읽습니다. 예전에 알고 있었던 그 선시가 아닌 것입니다. 선시는 예전에는 스님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이제는 시를 쓰는 시인들도 이런 유형의 표현 방법을 통해 시를 쓴다는 것이 더욱 매혹적입니다.
2022.10.31. 『禪, 언어로 읽다』를 읽으면서, 이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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