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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식/책읽기

[독서]오늘은 고 이승훈 시인의 시 「모두가 예술이다」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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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 이승훈 시인의 시 모두가 예술이다를 읽습니다

이 시에는 장소로 용인 공원 식당이 등장하고, 같이 있는 사람은 정민 교수, 오세영 시인 입니다.
박목월 시인의 제자 였던 이승훈 시인이 박목월 시인을 그리워 하면서 쓴 시입니다.
이승훈 시인이 말년에 현대 선시(禪詩)를 많이 썼다고 합니다. 당시 해외에 있었던 저는 시인의 선시를 읽지 못했습니다. 이제 차츰 읽어 보려 합니다.
 
어제 우연히 들린 도서관에서 이 책 『禪, 언어로 읽다(송준영지음)를 발견하고 읽다가 이승훈 시인의 선시를 보고 읽어 봅니다.
 
 
이 책은 선시라는 독특한 한국의 시 장르에 대해 지은이가 한용운, 이상, 서정주, 김춘수, 이승훈, 오규원 그리고 8,90년대의 시를 통하여, 이들이 즐겨 사용한 선시적 기법을 추적하여 고전 선시의 토양에서 자라난 선적사유나 선시적 표현법이 오늘날 어떻게 시대상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때 공대생이었는데, 가끔 이승훈 시인의 <시론> 강의를 청강하러 국문과 수업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양문학회 지도교수였던 당시 교수님을 어느 정도 알고 지냈는데, 제 결혼식 주례를 서 달라고 해서 찾아 갔더니 주례는 처음 선다면서 주례를 서 주었습니다. 그리고 해외 생활을 하면서 근 17년이나 잊혀져 있었습니다. 
2017년 한국에 돌아 왔었고, 2018년 1월 16일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생전에 인사를 못 드린 죄 많은 저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오늘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님을 그리워합니다.

 

모두가 예술이다

이승훈

 

   용인 공원 식당 창가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앞에는 정민 교수 옆에는 오세영. 유리창엔 봄날 오후 햇살이 비친다. 탁자엔 두부, 말린 무 졸임, 콩나물 무침, 멸치 졸임. 갑자기 가느다란 멸치가 말하네. " 생각해 봐! 생각해 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라는 건지 원! 멸치 안주로 맥주 마실 때 "이형은 목월 선생님 사랑을 그렇게 받았지만 생전에 보답을 못한 것 같아." 종이컵에 하얀 막걸리 따라 마시며 오세영이 말했다. "원래 사랑 받는 아들 따로 있고 효자 아들 따로 있는 거야." 그때 내가 한 말이다. 양말 벗고 햇살에 발을 말리고 싶은 봄날.

   "이군이가? 훈이가?" 대학 시절 깊은 밤 원효로 목월 선생님 찾아가면 작은 방에 엎드려 원고 쓰시다 말고 "와? 무슨 일이고?" 물으셨지. 난 그저 말 없이 선생님 앞에 앉아 있었다. 아마 추위와 불안과 망상에 쫓기고 있었을 거다. 대학 시절 처음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나올 때 "엄마야! 이군 김치 좀 주게. 이군 자취한다." 사모님을 엄마라 부르시고 사모님은 하얀 비닐봉지에 매운 경상도 김치를 담아 주셨다. 오늘밤에도 선생님 찾아가 꾸벅 인사드리면 "이군이가? 훈이가? 와? 무슨 일이고?" 그러실 것만 같다.

(전문)
현대불교신문, 시와 세계, 2008.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
 

선시를 아는 것은 불교를 아는 것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시의 표현 방법에 대한 다양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선시에 한 때 매료되었고 이제 조금 더 알고 싶어 다시 책을 찾아 읽습니다. 예전에 알고 있었던 그 선시가 아닌 것입니다. 선시는 예전에는 스님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이제는 시를 쓰는 시인들도 이런 유형의 표현 방법을 통해 시를 쓴다는 것이 더욱 매혹적입니다. 

2022.10.31. 『禪, 언어로 읽다』를 읽으면서, 이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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