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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식/책읽기

[독서]졸시 <석굴암 돌부처의 편단우견>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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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돌부처의 편단우견

이진귀

빌린 자동차로 찾아간 토함산 산길은 선명하게 빛나고
솔바람, 흙바람, 돌바람 서로 엉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간다.
돌을 깎아 집을 만들면 사람들은 그 속에서 편히 산다는데,
돌을 깎아 갈면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데,
새벽 동해 너머로 먼동을 먼저 보아왔다는 돌부처를 만난다.

예전에는 이런 가림막이 집이 없어 앞이 훤해 좋았을 텐데 지금은 답답하겠소?
“.....”
말이 없다, 원래 돌은 말이 없다.
세상의 많은 돌이 말하는 걸 들은 사람은 몇몇 스님들밖에 없다.

참 민망스럽게 왜 한 쪽 어깨만 드러내고 있소?
돌부처가 이제야 속에 담고 있던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김가 그놈이 자기 어머니를 위해 기도나 하라면서 이렇게 앉혀 놓았지. 내가 앉고 싶어 그랬나.”
다시 묻는다. 왜 하필 오른쪽 어깨만 드러내 놓고 있소?
“편단우견(偏袒右肩), 그거야 오른쪽을 드러내는 게 편해.
별이나 달하고도 벗하려면 오른손을 들어야 하거든.
동해에 해가 뜨면 오른손으로 인사를 하지.”

그 참 용하네요. 그럼 양어깨 다 드러내면 더 편하겠소?
결혼식이나 영화제 같은 거 보면 많이 보이던데요?
“왜 그거 보면 뭐가 궁금해지던가?”
도로 되묻는다. 돌부처도 뭘 알기는 한다.

어디서 들었는데 양어깨를 드러내면 상대를 많이 떠받드는 것이겠소?
“내가 사람들 마음을 모르지, 자기가 떠받히고 싶어 그러는지도.”
그리고는 본심을 드러낸다
“그나저나 내가 청승맞고 민망하게 이리 오래 여기 앉아 있는지 모르겠어.
내게 날개가 있다면 날아갈 텐데. 다만 난 많은 비밀을 알고 있지. 나에게 비밀의 마음을 이야기 한 사람들의 비밀.”

오늘도 사람들은 풀 냄새 나무 냄새 향기로운 토함산 산길을 오른다.
돌부처로 앉아 있는 편단우견의 민망한 당당함을 보러 온다.
돌부처는 남의 비밀을 입술 가에 가득 품고 여태 망설이고 있다.
(전문)
<에세이문예> 2022 겨울

저에게 있어 편단우견에 대한 이야기의 연원은 2013년7월 25일 상하이 홍차이 공항에서 잠시 책방에 들러 책을 보면서 만난 편단우견과 편단좌견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내용을 보겠습니다.




내몽고를 가기 위해 홍차오 공항에서 티케팅과 검문을 끝내고 공항내 서점을 잠깐 들러 책을 보던 중 눈에 들어 온 장면이 있었습니다.하나는 '금강경입문서'이고 하나는 '행복요회답'으로 중국 유명 TV MC 양란의 책입니다. 따로 진열되어 있는 책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양란은 왼쪽 어깨를 드러낸 것이고(편단좌견) 부처님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의상(편단우견)입니다. 어깨를 드러낸 두 의상의 공통점이면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의상을 하고 있을까요? 일반 스님들도 마찬가지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 중국어로는"偏袒右肩,편단우견, 피엔탄여우지앤"이라고 합니다. 고대 인도에서 존경의 표시로 입는 방법이었고 불교에서도 비구가 부처님이나 스승님께 문안할 경우 또는 일을 할 경우 이 의상 형태를 입었다고 합니다. 많은 문헌에서도 석가모니나 아난, 가전연 등도 편단우견의 의상을 입었다고 전합니다.
우연히 본 두 어깨를 드러낸 두 의상이지만, 느낌은 천양지차입니다. 그래도 두 어깨를 드러낸 의상 형태를 같이 보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이 기억을 담고 이제는 위치를 옮겨 한국의 경주 토함산에 있는 석굴암을 갔습니다.


석굴암은 국보 제24호로 지정된 불교 유적건조물입니다. 1962년 12월 20일에 지정되었고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경주시 불국로 873-243, 석굴암(진현동)에 위치한 통일신라시대 건조물입니다.
경주시에서 소개하는 석굴암은 아래와 같습니다.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10년(751)에 당시 대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을 시작하여 혜공왕 10년(774)에 완성하였으며, 건립 당시에는 석불사라고 불렀습니다. 경덕왕은 신라 중기의 임금으로 그의 재위기간(742∼765) 동안 신라의 불교 예술이 전성기를 이루게 되는데, 석굴암 외에도 불국사, 다보탑, 삼층석탑, 황룡사종 등 많은 문화재들이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토함산 중턱에 백색의 화강암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석굴을 만들고, 내부공간에 본존불인 석가여래불상을 중심으로 그 주위 벽면에 보살상 및 제자상과 역사상, 천왕상 등 총 40구의 불상을 조각했으나 지금은 38구만이 남아 있습니다.
석굴암 석굴은 신라 불교 예술의 전성기에 이룩된 최고 걸작으로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더욱 돋보입니다. 석굴암 석굴은 국보 제24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석굴암은 1995년 12월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되었습니다.
한편, 현재 석굴암은 내부 전면 공개 관람 시 항온항습 등의 문제가 우려되어 1976년부터 유리 벽을 통한 외부 관람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9년 11월에 경주를 방문했을 때 이 석굴암을 구경했습니다. 이 때 본 석굴암은 유리 벽 속에 갇혀 있는 석가모니여래상을 본 것 밖에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2월 고 한석홍 사진작가의 석굴암 내부를 자세히 찍은 사진이 공개되어 사진으로 내부를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명확히 드러난 편단우견의 여래상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jackleecom/222246801499

어느새 제 머릿속에는 이 편단우견이 자리 잡고 있었고 질문이 늘어 갔습니다. 왜 편단우견을 하고, 통견(통양견법 通兩肩法 양 어깨를 걸쳐 입는 것)을 하기도 할까? 편단좌견은 또 뭐고 양어깨를 드러내는 단양견(袒兩肩)은 또 뭘까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모두 윗옷을 어깨에 걸치는 방법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제 패션에서도 이런 단견 방식의 옷차림이 여성들에게 많이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두 어깨를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는 경우나 오프 숄더(off shoulder dress, 露肩连衣裙)라고 해서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저가 쓴 시를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풍자 즉 알레고리(allegory)를 통해 표현해 본 시입니다. 편단우견의 표면적인 의상은 사실 돌부처로 앉아 있는 여래상의 겁데기(겉치레)입니다. 돌부처의 내면은 여래로 보는게 일반적인 신앙적 접근입니다. 돌부처라는 대상물을 통해 김대성이 부모의 극락왕생을 빌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래의 희망을 담아 만든 조형물인 것입니다. 그러니 돌부처는 그 미래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입을 열 수가 없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또 새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잘 조각된 돌부처를 단순히 미술조각품으로 보는 게 맞나요? 신앙의 표징물로 보는 게 맞나요?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불자들은 이 돌부처를 통해 부처를 생각하고 진리를 생각하고 극락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불교의 법(진리)으로 들어가는 통로인 셈이지요.


그러나 편단우견에 자꾸 눈이 갑니다. 실체에 접근하는데 있어 접근을 가로막는 요인은 아니지만 방향을 가름 짓는 영향 요소이기도 합니다. 패션은 사람을 바라보는데 있어 중요한 첫인상입니다. 일반적으로 패션에서 어깨를 드러낸 의상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섹시함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존경 받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라고도 합니다. 돌부처가 입고 있는 옷 하나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런 사소함이 주는 재미있는 유추는 삶의 다양성이 주는 풍요로움과 같을 것입니다.

2022.12.16 금요일, 이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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