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시인의 시 <별국>이 그림을 그리는 연수와 만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 《별국》이 출판사 바우솔을 통해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가난한 어머니는/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학교에서 돌아온 나를/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배가 불렀다//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어머니의 눈에서/별빛 사리가 쏟아졌다.(전문)
고단한 하루를 보낸 어머니. 어슴푸레한 달빛이 차오르자 서둘러 집으로 향합니다. 바삐 저녁을 준비하지만, 결국 어머니는 오늘도 멀덕국을 끓입니다. 변변한 건더기 하나 없고 멀건 국물만 가득한 ‘멀덕국.’ 그래도 어머니는 낡은 밥상을 펴서 정성스레 국을 올려놓습니다. 건더기 없는 국물에 하늘의 별과 달이 비칩니다.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지 않았나요? 담담한 이야기가 전하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이 가슴 먹먹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공광규 시인의 어린 시절 기억은, 그리움의 언어로 아련하게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이토록 아름답고 절절하게 그려냈기에 이 시는 중등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2019년 호주 캔버라대학교 부총장 국제 시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연수 화가는 그림에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여 글이 돋보이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 시대와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자신의 어머니를 나의 이야기를 떠올리도록 배려했습니다. 책의 시작과 끝, 표지에서부터 면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시와 그림의 이야기는 각각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연결되고 스며들어 탁월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됩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나의 어머니, 나의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하며 역설적으로 아직 사랑할 시간이 많이 남았음을 깨닫기 바랍니다.
공광규 시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많이 내었습니다. 《성철 스님은 내 친구》, 《마음 동자》, 《윤동주》, 《구름》, 《흰 눈》, 《담장을 허물다》, 《할머니의 지청구》, 《엄마 사슴》, 《청양장》의 책이 있습니다.
한 편의 시 속에는 이렇게 깊고 넓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추억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인은 20여년 전에 쓴 시지만, 시적 화자는 현실 속의 화자입니다. 지금도 이 시는 바로 우리들 곁에 있는 것입니다.
2023.03.24 이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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